아이스크림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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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l Grey

📍Ici Ice Cream

2948 College Ave, Berkeley, California, USA

Ici Ice Cream 을 빼놓고는 나의 대학 시절 아이스크림 연대기를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인 Chez Panisse을 거쳐간 셰프가 경영한다고 알려져 유명해진 곳으로, 항상 긴 줄이 문 밖으로 늘어져 있었다. 매일 바뀌는 메뉴판은 트위터로 공지가 되었는데, 가장 인기가 많았던 맛은 Earl Grey 맛으로, 향긋한 얼그레이 홍차 맛이 나는 아이스크림이라니 그 당시에는 내게 너무나도 새롭고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이 밖에도 Candied Meyer Lemon 등 제철 과일을 활용한 맛, 직접 가게에서 만드는 수제 마시멜로우가 들어간 Rose Matcha Marshmallow (장미향이 나는 베이스에 녹차맛 마시멜로우 조각이 들어있었다) 등 새롭고 특이한 경험을 항상 선사했다. 안타깝게도 2019년을 기점으로 문을 닫게 되어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만 남아 있다.

Sweet Corn
& Berries

📍Smitten Ice Cream

5800 College Ave, Oakland, California, USA

이 가게는 혁신의 동네 실리콘 밸리 근처답게 최첨단 기술을 아이스크림에 사용한 가게였는데, 바로 질소를 활용한 아이스크림이었다. 액체 상태인 크림과 각종 재료를 액화질소를 사용해 극도로 차가운 온도에서 휘저어 즉각적으로 냉동을 시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었는데, 눈앞에서 하얀 질소 가스를 내뿜으며 마치 마법처럼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내는 광경이 재미있었다. 이 가게는 또 계절마다 나오는 시즈널 맛이 별미였는데, 여름 시즌에 나온 맛이었던 Sweet Corn & Berries 는 옥수수가 들어간 아이스크림 위에 산딸기 시럽을 올려줬는데, 이상할 것 같지만 굉장히 잘 어울렸던 조합이라서 기억에 남는다.

French Vanilla
& Cookie Dough

📍Yogurt Park

2433 Durant Ave, Berkeley, California, USA

1977년도부터 45년 넘게 운영되어 온 이 집은 버클리의 명물 중 하나다. 일반적인 아이스크림 컵 만한 미니부터 음료수 컵 만한 라지 사이즈까지 있으며, 소프트 아이스크림 자판기 같이 생긴 곳에서 나오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은 매일 여섯 가지 정도의 맛이 준비되어 있고 견과류나 초콜릿 등 여러가지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나의 최애 콤보는 French Vanilla & Cookie Dough 였는데, 쿠키 도우 토핑은 초코칩 쿠키 반죽이 오븐에 들어가기 바로 전, 서걱서걱하기도 하고 쫀득하기도 한 상태일 때를 재현한 질감의 토핑이다. 왠지 먹으면 안될 것 같은 금단의 맛을 마음껏 퍼먹을 수 있다는 점이 묘한 만족감을 주어서 좋아했던 것 같다.

Toasted Almond
& Caramelized Figs

📍Almare Gelato Italiano

2170 Shattuck Ave, Berkeley, California, USA

이태리식 젤라또를 파는 이 작은 가게는 버클리의 중심지인 다운타운에 있으며, 샌프란치스코로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인 BART(Bay Area Rapid Transit)을 탈 수 있는 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샌프란치스코를 갈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가게를 지나치곤 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졸업할 때가 되서야 처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어서 그동안 안 간게 너무 아까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Toasted Almond w/ Caramelized Figs 는 고소한 아몬드 맛이 나는 베이스에 꿀에 절여진 것 같은 말린 무화과 조각이 들어있어 절묘한 밸런스를 이루는 맛이다.

Ube

📍John's Ice Cream

2204 Shattuck Ave, Berkeley, California, USA

경쟁이 치열한 버클리의 아이스크림 판에서 이 가게는 독보적인 셀링 포인트가 있었는데, 바로 싼 가격이었다. Ici 같은 고메 아이스크림 샵이 한 스쿱에 보통 $3~4를 받을 때, 여기는 $1 라는 파격적인 가격이었던 것이다. 이곳의 아이스크림은 종류가 상당히 많았지만 희한하게도 다 비슷비슷한 맛이 난다는 특징이 있었다(공장 생산이라 그럴지도). 그 중 유독 돋보였던 맛이 하나 있었는데, Ube 라는 맛으로,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요리에서 흔하게 쓰이는 식재료인 보라색 고구마 맛이다. $1 라는 가격을 문 앞에 자랑스럽게 내걸던 이 곳은 매년 물가가 오름에 따라 가격을 야금야금 $1.25, $1.50, $1.75 까지 올리고 말더니, 현재는 폐업했다.

Tortilla Chip & Lime

📍Little Giant Ice Cream

1951 Telegraph Ave, Oakland, California, USA

내 마음속의 부동의 1위인 Ici 말고도 특이한 조합의 맛들을 선보이는 컨셉의 아이스크림 샵들은 꽤 많았다. 이 당시에 나는 아이스크림 샵을 갈 때면 메뉴에서 가장 특이한 맛을 골라서 도전해 보는 것에 집착하고는 했다. 어느 날, 친구 JD와 오클랜드의 이 아이스크림 샵을 방문했는데, JD가 가장 무난해 보이는 Milk Chocolate & Cookies 를 고르는 것을 보고 나는 왜 가장 뻔한 맛을 고르냐며 코웃음을 쳤고, 나는 Tortilla Chip & Lime 이라는, 아이스크림과는 접목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맛을 호기롭게 시식도 안하고 주문하는 지경에 이른다. 역시 괴상한 맛이 났고 JD는 이 일을 가지고 나를 두고두고 놀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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