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나라
정나라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술 작가다.
2018년부터 ‘비움’이라는 주제를 여러 재료와 방식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치셨는데, 마치고 나서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 내가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과 그 이유는?
- 건축가들의 작품에 애정과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나에게 특별히 영감을 주는 것이 있다면?
- 나에게 ‘비움’이란?
- 코로나 전에는 혼자 여행을 많이 다니셨는데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옷 입는 스타일을 정말 좋아해요. 가장 나답다고 생각하는 착장(outfit)이 있다면?
- 자주 방문하는 공간이 있나요?
-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얻어갔으면 하는 것?
- 어떻게 살고 싶나요?
2월에 개인전을 마치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작품을 발전 시키기 위해 다음 달 부터 다시 학교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제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기 때문에,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두려워 작업 과정 중에는 아무에게도 제 작품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막상 선보이니까 그 두려움이 없어졌었습니다. 이번 개인전 주제가 ‘안개’였던 만큼 저는 항상 안개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개인전을 통해 조금은 거기서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제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사진이 제가 가장 처음 만들었던 ‘레진 큐브’ 인데요, 제가 새로운 재료를 연구해서 처음 성공한 오브제이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레진이 지금처럼 흔했던 재료가 아니기에 더 뿌듯했던 것 같아요.
저는 건축물에서 가장 영감을 많이 받습니다. ‘비움’이라는 주제와 가장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 비워져 있는 공간이 건축에서 보이기 때문에, 건축물을 보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해요. 몇 년 동안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푹 빠져 있는데, 요즘에는 ‘마리오 보타’의 건축물도 한국에서 찾아볼 수 있어 관심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두 건축가는 완전히 다른 재료(콘크리트와 벽돌)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간결한 형태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도 작품에서 언제나 “Less is More”를 생각하며 빼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 두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평소 생각이 너무 과할 정도로 많아 잠을 설치기도 하는데, 제가 보면서 마음을 비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행 중에 제 자아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데요, 아마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 평소보다 더 제 깊은 내면을 쉽게 내비치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가 어떻게 보일까 계속 고민하게 되는데, 여행에서는 훨씬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당당함이 생기고 활기차 지는 것 같아요. 여행을 갈 수 있다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꼭 걸어보고 싶습니다.
강하지 않은 색감의 셋업을 입었을 때 가장 저다운 것 같습니다. 제 작품처럼 통일감 있고 어디에 있어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착장을 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동작대교 위에서 노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 날이 좋아 계속 방문하고 있습니다. 나름 제 비밀 노을 스팟이에요! 사람도 없고 다리 위에 있으면 서울이 다 보여서 속이 뻥 뚫리는 공간이에요.
저는 항상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고 명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합니다. 무언가를 얻기 보다는 평소의 복잡한 생각들과 걱정에서 잠시나마 해방감을 느꼈으면 합니다.
백숙처럼 뭉근하게 살고 싶습니다.